지켜줘서 고마워 숭례문.
우리는 어쩌면 너무나도 숭례문을 오해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숭례문은 기본적으로 '문' 이다. 문 이라는 것은 외부로 부터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며, 우리가 지켜야할 무엇이 아니라 우리를 지켜주는 무엇인 것이다. 방패는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고 그 책임을 다하는 도구일 뿐 방패가 망가질까봐 안절부절 못해서는 제 역할을 다 한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숭례문은 우리의 도성을 지키는 그리고 우리 나라를 지키는 가장 대표적인 문이다. 그 문이 며칠전에 불타 없어졌다. 우리를 키지기 위해서.
우리는 숭례문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할게 아니라 숭례문이 과연 무엇으로 부터 우리를 지키려 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이런 말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야 한다.' 우리는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 왔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수원 화성을 잃었고, 낙산사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은 것들을 키지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상관 없었을 것이다. 숭례문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을 해 보자. 그것을 보면서 과연 '숭례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숭례문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성문으로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내 한몸 불살라 남은 문화재와 한국의 얼을 지켜야 한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한국의 역사를 지키는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결국 국보 1호가 불타는 대 사건이후로도 우리가 정신차려서 외양간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우리에게 희망은 없을 것이다. 숭례문은 그것을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하나 더 있다.
숭례문이 불타면서 바로 불거지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한반도 대운하 이야기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운하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문화재만 17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과연 국보 1호가 불타는 이 시점에서 문화재들을 없애면서 대운하를 추진하는게 국민정서상 가능할까? 아마도 불가능 할꺼라고 생각한다. 숭례문은 한국의 남쪽을 지키는 문이다. 그리고 운하는 남쪽으로 뚫리려 하고 있다. 숭례문의 선택은?? 수 많은 다른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분신하는 역할을 무신으로서 택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한국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숭례문의 의무라고 생각한게 아닐까?
숭례문에 난 불이 꺼지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전율에 휩쌓일 수 밖에 없었다.
절대로 안 꺼질것 같은 거대한 불길이 2층의 기단이 둘로 갈라지면서 삽시간에 꺼지고 말았다. 그리고 1층의 98%는 손상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모습은 마지 늙은 노병이 목숨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역할을 하다가 '이제는 다 했다' 라며 쓰러지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소름 돋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숭례문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숭례문이 지키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때 라고 생각한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숭례문이 아니다.
지켜줘서 고마워 숭례문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타로마스터 최정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