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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원 (38) 도서관사서

타로를 처음 접한 건 8-9년 전 소란스러운 홍대 골목에서였다. 평화로이 앉아 타로점을 봐주던 여성을 꽤 오래 바라봤는데 왜 그랬는지 그 때나 지금이나 정확하지 않다. 다만 명상에 들 듯 마음이 고요해졌던 느낌만 남아있다.

수년 후 내가 근무하던 직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타로리더를 준비하던 친구를 통해 타로를 다시 만났다. 그 친구에게 처음 타로점을 봤는데 접근하는 남자들마다 유부남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상심이 컸었다.

상심 속에서도 타로를 배워보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역시 아이러니지만 1년 후 타로스쿨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 한 건 정규직을 박차고 나와 일용직으로 일하면서였다. 결혼하지 않은 서른여덟 여인이 백여만 원 안팎의 돈을 벌어서 꽤 비싼 타로 수업료를 낸다는 것은 주위사람들의 지탄을 받기에 충분한 짓이었다. 직장생활과 더불어 사생활도 사면초가였던 시기였기에 수강신청을 하고 선생님과 처음 만나던 날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작했고, 그래서 기뻤다.

타로는 수강 전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어려웠다. 수업을 녹음해서 1-2번 반복해 들어도 금방 잊어버려 멘붕이 오곤 했다. 78장의 카드의 핵심적인 의미들을 배웠고, 더불어 세상에 대처하는 나의 행동, 인식의 패턴과 가치관과 상식이라 믿었던 신념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이것이라 믿으며 살았던 나에게 왜 저것이라 생각하지 않느냐는 선생님과 끝없이 실랑이를 벌였다. 타로를 배우기 시작하면 생각을 아주 많이, 많이 하게 된다.

지금의 ‘나’는 내 과거의 결과물임을 인정한다. 요따위로 살고 싶지 않았다고 아우성쳐도 결국 내가 만든 삶인 것이다. 나는 변하고 싶었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조차 몰랐다. 변화의 시작이 어디에서 오는지도 몰랐다. 나는 맴돌고 맴돌고 맴돌았다. 타로를 배워서 지금 무진장 행복해진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의 시작이었다고 확신한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시작인 것이다. 그것이 타로의 매력이다.

중급반 수업을 이틀 앞두고 쓰는 이 소감문은 꽤 오래 미루다 쓰는 것이다. 준비가 안 되면 글을 쓰지 않는 버릇(?) 때문에 절대 숙제를 미루지 않는 스타일임에도 나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소감문 쓰기를 미뤘다. 그런데 그러지 말 걸 그랬나 보다. 글을 쓰기 시작하니 정리가 된다.

산 하나를 넘어서 기쁘고, 더듬더듬 지인들에게 타로를 실습(!)하며 보내는 요즘 즐겁다. Page와 Knight 카드가 여전히 아리송하지만 이 세계의 끝은 어디일까 궁금하다.

타로스쿨 초급반 수업을 마치고
신혜원

PS. 타로를 배우던 시기에 나는 이직을 했고 연봉이 두 배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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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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