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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 강좌를 듣고 나서 - 이미영(고등학교 국어교사)

‘사주가 맞을 리가 있어’ 하면서도 듣고 싶은 얘기를 들을 때까지 점집을 기웃거리게 된다. 심신이 괴롭고 미래가 불안할 때는 인터넷창에 ‘운세’를 검색하거나 타로리더들의 천막을 헤집고 들어갔다. 그런데 그들은 꼭 희망적인 얘기와 절망적인 얘기를 동시에 꺼낸다. 그래서 나는 좋은 얘기만 조심조심 건져 내고 불길한 낱말은 머리에서 삭제했다.

삼 년 전 같은 연수에서 만난 선생한테 타로 카드 점을 본 적이 있다. 접시 치마와 가로지른 가방끈이 집시 같은 인상을 풍기는 여자분이었는데, 그분이 타로카드를 배우게 된 계기가 인상적이었다. ‘어릴 적부터 갈등이 심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치유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타로 카드가 심리치료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니.. 좀더 알고 싶었다. 연수 뒤풀이에서 그 분에게 타로 점을 봐 주십사 조원 모두 돌아가며 청했다. 내가 뽑은 건 천칭저울을 들고 있는 여자의 카드였는데, 신기하게도 당시 나의 상황에 들어맞는다고 생각되는(객관적으로 느껴지는) 상황 설명을 해 주셨다. 나뿐만 아니라 모인 사람 모두가 자신이 뽑은 카드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마다 감탄사를 뱉어냈다. 그들 모두가 흡족해 하며 자정이 지나도록 술자리를 뜨지 못했다. 타로리더의 설명은 모두가 듣고 싶어 했던, 모두의 불안을 따스하게 잠재우는 힘이 있는 이야기였다.

그 뒤로 타로카드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타로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마주치는 숱한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자리잡았다.

우연한 기회에 최정안 타로리더의 강의에 참여하게 되었다. 카드 하나하나의 의미를 설명하기에 앞서 타로리더가 가져야 할 사고방식에 중점을 두어 설명하는 의외의 방식이었다. 나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고방식에 주안점을 두고 살고 있다. 내가 접하는 매체와 내가 선택한 책을 통해 그 관점을 공고히 해 왔다.

반면에 최정안 선생의 타로 강좌는 ‘개인의 책임’에 방점을 두는, 좋게 말하면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긍정하는 사고 방식, 나쁘게 말하면 사회 탓 하지 말고 네가 알아서 스스로를 챙기라는 사회적 약자에게는 다소 잔인한 사고 방식을 설파했다. 사실 마음 속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러나 ‘누군가를 탓하지 않는 ‘내 탓이오’의 삶을 살 것, 욕심이 괴로움의 근원이라는 것, 앎은 잔인하고 무지는 따스하지만 결국 알아야만 나아진다는 것, 객관적인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 수업 중 이러한 얘기가 반복되면서 내 사고의 균형을 찾는다는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실 학교에서는 이상적인 이야기만 가르친다. 그러다가 사회에 나오면 교과서의 가치대로 움직이지 않는 현실에 매우 놀라게 되고, 그런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대응하는 기성세대에 또한번 놀라며 결국에는 대부분이 아무렇지 않은 척 살게 된다. 이런 현실을 당위로만 접근하면 염세적인 마인드나 금기를 갖게 된다. 그러나 타로 세계에는 당위가 없었다. 당위가 없으므로 그 어떤 얘기라도 타로의 장에서는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사람은 각자 자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사람이 오류를 저지르는 이유는 무지 때문이라고 내내 주장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은 나의 고정관점이 흔들리는 아슬아슬한 경험이었다.

아직 초급 과정을 한바퀴 돌아 타로 맛보기 한 것에 불과하지만, 선생님께 분노하는 마음과 죄책감은 아주 조금 더 잘 다스리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평소 ‘재미없는 강의는 죄악’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 면에서 최정안 타로리더의 강의는 참 착하다. 아주 재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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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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