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화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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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구입문의를 했던 사람이 있었다.

얼마전에 전화로 타로카드에 대한 문의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타로카드의 구입에 대한 문의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목소리로 들어서는 30대 중반 혹은 40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남성의 목소리였고, 이야기의 내용으로 추측하건데 길에서 타로리딩을 하는 사람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원하는 카드는 D모 타로로 보통 10만원 정도의 가격대에 팔리는 타로덱이었다. 원래 그 타로를 구하는 사람이 워낙 적은 타로라서 왜 그 타로를 굳이 구하려고 합니까? 라고 물었고, 그쪽에서는 그 타로를 10여개 구입해서 스터디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D모 타로는 초현실주의 작가의 실험정신이 깃든 타로로 스터디의 대상이라고 보기엔 힘들다. 현대미술 스터디라면 얼마든지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타로카드 스터디용 타로라고 보기엔 아주 힘들었다. 게다가 스터디라고 함은 일단 초보자들이 하는것 아닌가? 라는 생각에 '초보자들이 사용할만한 타로는 아닌데요' 라고 말했더니 초보자는 아닙니다. C모 드래곤 타로도 이미 스터디를 마쳤습니다 라고 거만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고, 지금 우리가 찾는 것은 '비싸고 좋은 타로' 라고 '더 비싼'타로가 무엇이 있냐고 물어왔다.

대략 이러한 분위기의 전화통화가 오갔고, 그 뒤로 나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공인타로마스터'인 나와 통화를 하면서 스스로를 '초보자가 아님'이라고 말하는 것은 뒤로 하고서라고 '비싸고 좋은 타로'를 구하고 싶은데 그게 '스터디'용이라는 것이 참 어이가 없어졌다.
타로카드가 비싼 타로가 좋은것인가? 특이하고 비싼 타로를 구하면 좋은가? 왜 '비싼것 = 좋은 것' 이라는 '유물론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걸까? 에 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런 사람이 타로를 만져도 되는걸까?'라는 의구심까지 들면서 화가 꾸물꾸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화들짝 내가 화를 내고 있음에 놀랐다.
나는 누구에게 화를 내고 있는걸까?
길에서 '구걸하는 어린 아이'를 보면서 왜 그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는가? 왜 나는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사회'나 '상황'에 화를 내지 않고 어째서 넌 여기서 구걸을 하느냐고 그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는걸까? 이러한 생각에까지 미치자 난 나 스스로의 부족함에 더 화가나기 시작했다.

저 전화를 한 남자를 불쌍하고 가엽게 생각해야지 화를 내면 어쩌나..
언제쯤 깨어날건지, 그리고 그 사람에게 상담을 받을 수 많은 내담자들을 가엽게 생각해야지 화를 내면 어쩌나 싶었다.
아직 나도 멀었구나, 남에게 뭐라고 말할 수준이 못되는구나를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러자 그 남자가 고맙게 느껴졌다. 그 사람의 통화 덕분에 나는 하나를 더 알게 되었고, 덕분에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결 더 부드러워 질 수 있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가. 그 전화를 받은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알게 되었다. 기뻤고 기뻤다.

더불어 모두들 잘 알고 있겠지만 어떠한 타로카드를 사용하느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그 타로리더의 머리속이, 가슴속이 어떠한 모양이냐가 더 중요하다. 그것이 틀려버리면 카드가 아무리 좋은들 아무 소용 없는것이다. 멋진 카드로 내담자를 놀래키는 것은 그냥 잔재주일 뿐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에 마음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비록 지금은 기쁘지만 앞으로는 날 기쁘게하는 사람이 적어졌으면 좋겠다.

타로마스터 최정안.
등록자

최정안

등록일
01-30
조회
5,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