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서 '두부살 사람'인 경우가 경험적으로 가장 많다. '두부살'의 사전적 정의는 "피부가 희고 무른 살. 또는 그런 체질을 가진 사람."이고, 손으로 살짝 만지거나 조금만 건드려도 근육질의 사람들 보다는 훨씬 더 많이 아파한다. 그리고 힘든 노동이나 운동은 피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체로 식욕으로 스트레스를 피하곤 한다.
이러한 현상은 심리적인 현상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는 한다. 심리적으로 '두부살'이 되어버린 '두부살 사람'이 그런 경우다.
'두부살 사람'들은 어떠한 심리적 고통이나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그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그 상황을 한탄하고 괴로워 하며 왜 자신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그 문제는 '스스로'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며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믿으며 자신의 무능력을 당연시하곤 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제자분들 중에 한 분이 직접 겪은 실화이다.
경제적으로 성공하신 이분은 자신 소유의 집 한채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주변 시세보다 더 싼 가격에 전세로 내놓았다. 그런데 가난하고 식솔이 많은 한 가정의 나이드신 아버님이 계약을 하고나서 중도금을 차일 피일 미루다가 결국은 계약 파기를 하게 되었다. 그때 계약금은 약 300만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 계약자의 며느리와 부동산중계인이 와서 '아버님이 나이도 많으시고 아는 것도 없는 가난한 사람이니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부탁하셨다고 한다. 사실상 부탁이라기 보다는 애원이나 그와 비슷한 무엇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애시당초 마음을 좋게 쓰려고 하신 이 분은 그냥 그 돈을 돌려주었다고 하셨다. 그러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과연 자신의 행동이 그들을 '도운'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이전의 여러가지 경험에서 비슷한 경우를 겪었을 것이고, 그 문제를 '타인의 도움'으로만 해결해 왔으며, 그렇게 해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앞으로도 계속 반복해가면서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 가족에게 계약금 300만원을 돌려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까? 라는 것이 그 제자분의 이야기 였다.
나는 그분의 이야기에 100% 동의한다. 그들은 자신의 문제를 타인에게 '전적으로' 의지해서 해결했으며 그것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키울 생각이 없는 심리적 '두부살'이며 실패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의 '가난한 현재'가 그들의 상태를 전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간단히 말해서 지금까지 자신이 스스로 문제들을 해결해 왔다면 지금의 '가난한 현실'에 직면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결국 지금의 자신의 비참한 현실은 자신이 만든 것이고, 결고 누구의 탓도 아니며,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도움을 바라는 사람은 계속 도움을 바라면서 비참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마취제'와 '치료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취제'는 그 사람의 상태를 알아주고, 위안을 주고, 편안하게 해 주기는 하지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치료제'는 그 사람의 상태를 변화시키려 하고, 내담자에게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게한다. 내담자에게 고통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문제는 해결된다.
심리적 두부살인 '두부살 사람'을 관찰해 보면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마취제'처방을 받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똑같은 문제를 수십년 동안 반복하고 있기도 하다.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마약제제 중에 '마취제'가 더 많은지, '치료제'가 더 많은지. 어쩌면 우리는 상담에서 내담자의 보호라는 미명하에 '마취제'인 '마약'을 쏟아 붇고 있는건 아닌지 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 문장은 내가 열심히 하면 하늘이 도와서 잘 될 것이다는 의미로 많이들 사용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이렇게 된다.
내가 나를 돕지 않으면 하늘조차도 나를 돕지 않는다.
타로마스터 최정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