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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희 (34세, 여자, 숲속학교 운영자, 4개월, 울산)

‘봄을 품는 겨울’이라는 말이 있던가.
자연의 순리에 대한 다른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들이 낭만으로만 들렸던 날들이 있었다.
나는 젊은 나이에 치명적인 죽음의 경고- 암에 걸렸다. 결혼을 한 달 앞둔 서른 되던 해였다. 하루아침에 비운의 여자 주인공이 되어 버린 나. 사랑에 눈이 먼 착한 애인 덕에(?) 빨리 수술을 하고 예정대로 결혼을 하였지만 영화는 이쯤에서 해피엔딩이 되어 주지 않았다. 계속된 재발. 수술, 또 재발…….
결국 전신으로 암이 퍼질 위험이 있다는 선고를 받았을 때는 이미 3번에 수술, 살이 타들어가는 방사선 치료 36번, 머리카락이 몽땅 다 빠지는 항암치료에 햇볕 한 뼘 받는 것도 부담스러운 나날이었다. 매일 눈을 뜨면 눈 감은 세상과 결별하고 눈을 감으면 눈뜬 세상과 결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몸 둘 바를 몰라 도시를 등지고 해발 500m 산골에 조그마한 둥지를 틀었다.

치료가 아닌 치유의 힘
천박한 현대의학의 한계를 느끼고, 결국 나는 암과 싸운 것이 아니라 암 치료와 싸웠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였다. 자연으로 왔을 때는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몸과 마음뿐이었다.
한편 자연이 주는 힘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햇볕 한줌도 미안스러웠던 나는 숲이 주는 에너지에 어느새 마음 문을 열기 시작했으며 조그마한 텃밭에 열리는 토마토를 보면서 땅의 축복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 남다른 경험을 통해서 몸이 아픈 것은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임을 알았으며 무엇보다 현대질병에 필요한 것은 ‘치료’를 넘어 진정한 ‘치유’를 해야 함을 깨달았다.

타로- 내안에 나와 접촉하기, 타인과 소통하기
우연히 시내에서 타로를 보게 되었다. 타로 리더의 해석 수준을 떠나 카드가 주는 그림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주변에 지인들은 평소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소통을 잘하니 누구보다 타로에 어울릴 거라며 한번 배워보라고 아우성이었다. 처음에는 호기심 반으로 시작한 타로- 그것은 기대이상이었다.
자기 호흡을 느끼며 땅에 발 딛어야 한다는 내게 타로는 자신을 만나는 통로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억압된 감정과 분노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게 아직 설익은 리딩 이지만 타로는 타인들과 소통에서 물꼬를 트는 놀라움을 주고 있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자기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르는 우리는 타로카드를 통해 삶을 보고, 삶을 통해 타로카드를 보는 것. 같이 리딩을 하며 울고 웃는 과정에서 타로 카드는 역사와 세기를 넘어 치유의 새로운 장을 열어 주고 있었다.

훌륭한 안내자 만나기
아직 갈 길이 한참이나 먼 나이지만, 그 과정에서 최정안님을 만난 것은 무엇보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타로들, 소통 없이 떠들어대는 공허한 언어들, 숨 가쁜 현대사회를 반영하듯 짧은 3분짜리 운명들 속에서 최정안님은 당연 독보적이었다.
나는 최정안님을 인터넷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 다음에 먼 길 더듬어 타로수업을 받으러 다녔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산골짜기에서 인터넷 정보로 사람을 알아본 나의 안목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타로의 뜻과 해석, 각 카드의 유기적인 연관 속에서 삶을 통찰하는 최정안님. 그건 오랜 기간 동안 진지하게 공부하고 고민한 결과라고 본다.
입시미술을 하는 친구들이 입시미술의 틀을 깨는 것에 대학 4년을 다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타로 또한 처음부터 암기식이나 얕은 지식으로 시작하면 그 틀을 깨는 것에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 무엇보다 배움의 시작이 중요하다고 볼 때, 좋은 안내자를 만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나쁘지 않다고 감히 덧붙인다.

매일 아침 타로카드를 보면서 타로명상을 하는데 오늘은 "Strength(힘 카드)"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진정한 힘은 단순한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인내력과 포용심이라 했다. 그 정신적인 힘이야 말로 무한함을 가진다. 오늘 내게 사자는 그동안 외면해온 또 다른 감정으로 보인다.
이제는 그것을 접촉하는 용기와 끌어안는 힘이 필요하겠다. 인디언타로에서는 힘 카드가 "Balance" 라고 하니 모든 자연을 인간의 관점에서 다스리기보다 조화롭게 사는 인디언들의 혜안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러면서 이 겨울, 나무들처럼 나도 봄을 품는 겨울을 견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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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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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59